배극렴을 도운 백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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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통합상세화면]
제목 배극렴을 도운 백여우
테잎연번 [점암면 설화 48]
음성위치  T. 점암 6 앞~뒤
채록지  남열리
채록자  김승찬, 강덕희 조사
구연자  마영식
출전  한국구비문학대계 6집 3책
출전페이지  577 ~  583
설명  *조사자가 도술 부리는 여우에 대해 들려 달라고 청했더니,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꺼려했다. 조사자가 서너 편만 더 해 달라고 간청하였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구연 중에 마을 할아버지 세 분이 더 오셨다. 시원하고 그늘이 있는 곳이라 늘 할아버지들이 모여 논다고 했다.*
본문 
태조 대왕(1)[주]미처 녹음 안 된 부분 당시에, 배극렴씨가, 태조 대왕 당시, 이성계 시(時), 배극렴씨가 일등 공신이여, 개국 공신. 그런데 원래는, 배극렴씨가 이 이조를 반대했거든. 태조를 반대했어, 여조말(麗朝末)에. 그래가지고 우왕 때 고려가 망하게 되니까, 그 망한 꼴을 안 볼라고 배극렴씨가 하야(下野)해 버렸거든.

그래 인자, 시골 내려와, 저 운산(雲山)에 밭이나 갈고, 참 녹수(綠水)에 낚시대나 디루고 고기나 낚고, 인자 사회를 참 가마이 정관(靜觀)해 가면서 피신 생활을 혀(해). 그러다가 서울 생각이, [머뭇거리며 반복] 궁금한, 소식이 궁금해, 서울 소식이. 지금 겉으면 대자(대체로) 통신 기관이 좋아서, 방금 헌 일 방금 알 수가 있지마는, 옛날엔 그럴 거 아인가? 갑갑하지. 답답해여. 그래서, 인자 송도(松都)로 올라가.

송돌 이렇게 올라가는디, 어디만치 가는디, 웬 여자가 질(길)가 밭에서 하나 떡 서. 하, 웬 젊은 여자가 밭에서 떡 서는디, 지심을(2)[주]기음을 매는 여자가 이자, 아주 모십(모습)이 매끄랍다 그 말이여, 이뿌구 (예쁘고). 아, 조금 있다 보니까, 그것이 백여수(백여우)가 되부러. 방금 저 년 저것이 분명이 여잔디, 발 길 한 번 보고 다시 보니까, 백여수가 되갖고 이 놈이 또 있어. 그래 또 쳐다보믄 또 이 놈 또 여자가 되갖고 있어. ‘실로 묘한 일이로구나!’

백여수가 있단 말은 이약 으론 들었으나, 당신 평생에 시방 그 광경이 처음이었다, 여자가 됐다, 백여우가 됐다 그래여. 아, 그 동안 이 넘(놈)


[579 쪽]

이 앞에 가 딱 나서. 처자가, 여자가 돼갖고 걸어 가. 요걸 잡을래야 잡을 수가 없어. 빨리 좀 걸어서, 쫓아서 같이 좀 가 볼라고 말이여. 빨리가믄 저 놈은 또 그 조시로(3)[주]日本語. ‘속도로’의 뜻 가버려. 언제고 거리는 같이, 같이 거리가떨어진단 말일시. 그러자, 해가 떡 기울어지니까 인자, 여막으로 들어가는디, 같은 여막에 또 들어가, 같은 여막에. 아침에 잠을 자고 일어나는디, 여관에서 난리가 나부렸어. 그 여관 집이서 아들을 여울라고(4)[주]결혼시켜려고 혼숫물감을 수 백 냥 어치 사 난디(사 놓았는데), 밤, 간 밤에 없어져버렸다 그기여.

“손님이란 건 당신하고 여자 삒에(밖에) 없다.”

그기여.

“당신하고 여자하고 두 내외 간 아니냐?”

이거여.

“물어 내라.”

그러네.[웃음]

“하! 여보시오. 내가 당신네 집에서, 그 여자도 들어와서 숙박을 하고 나도 숙박을 했지만, 나하고 그 여자하고는 남이여. 명부지 성부지(名不知 姓不知)여. 그 내 알 거 뭐 있어?”

아, 주인도 할 수 없지? 그래 인자 배극렴씨는 밥을 사 잡수고, 또 올라가. 걸음을 또 계속해, 그 날 그 뒷날도.

아, 얼마찜(쯤) 가이(가니), 또 그 여자가 두루지거든.(5)[주](눈에) 들어와 지거든. 즉‘눈 앞에 보인다’는 뜻 또 앞에 가. 아무리 가 잡을래야 잡을 수가 없어. 또, 거릴(거리를) 두고 가. 또 날이 저물어지면, 또 여관에 들어. 그러믄 또 여관에, 여자하고 같이 또 여관에가. 한 자리에 또 들게 되야. 아, 그 집 역시는 또, 자고 난께 또 난리가 났어. 광에다가 엽전은 옛날 엽전 돈, 돈을 칠 백 냥을 딱 세서 담아 놨는데 없어져부맀다 그기여.


[580 쪽]

“당신하고 그 여자하고 둘이밲이, 잠 잔 손님 둘 밲이없으니, 당신하고 그 여자하고 내외 간 아니냐?” 고.

“합잭(合作)이 아니냐?”

그기여.

“하! 여보시오. 나는 그 여자와 상관이 없는 사램이오. 나 마누래도 아니고, 어디 산 지도 모르고, 거주 성명도 몰라.”

이 할 수 있나? 할 수 없지. 그 뒷날도, 또 역시 또 나타나. 그렇게 허기를 여러 날 만에 인자 서울을, [반복하여 설명하며] 그 때 서울, 지금 속 개성,(6)[주]속칭(俗稱) 개성 송돌 당돌(당도를) 안 했는가.

그런데, 하루 저녁에, 송도 가서 인자, 역시 여막을 정하고 잠을 자는디,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까, 온 개성, 송도 성안이 기양 발딱 뒤집어졌다 그 말이여.

“왜 그러냐?”

그러니까, 집집마다 급살병이 돌아대인디, 아퍼. 갑자기 아픈디, 웬 여자가 와서 비비며 비빔, [두 손바닥을 비비며 비는 시늉을 하면서 머뭇거림] 저, 빌어. 귀신한테 물 떠 놓고 빌믄 기양 낫어부려. 그라믄 돈을 백 냥썩(씩) 받어. 백 냥도(백 냥이라도) 전부 인자 살라고 말이여. 그 여자를 청해서 병을 고치는디, 가난한 집 사람들은 안 아퍼. 부잣 사람들 아, 부잣 사람들만 아프거든.[경운기가 지나가자 잠시 중단] 그 여잘 데려다가 인자, 잠깐 빌며는 낫어부린단 말일시. 그래 매일 짜(며칠 째) 이것이 번복이 돼, 송도가, 그 일이.[경운기 소리가 다시 들리자,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나서] [조사자:인제 됐읍니다. 하십시오.] 자기가 묵고 있는 주인, 안주인이 딱 아펐부네. 곧 죽게 된단 말이여. 그런께, 한 사람이, 이웃 사람이 와서,

“아, 좋은수가 있다고. 시방 아무 집에가 그 점쟁이가 있느디, 그 여자만 데리고 와서 잠깐 [머뭇거리며] 저 물 떠 놓고 손 비비믄 낫는다.”


[581 쪽]

고. 배극렴씨가 그 말 들었거든. 어쩐(어떤) ‘여잔디 대관절 이것이 이상헌 일이다. 내가 들오자, 송도에 전혀 그런 일 없었단디, 내가 들오고 그 날 저녁 자고부터 병이 이렇게 만연이 돼갖고, 급살병을 가지믄 그 여자가 와서 비믄 나안다(낫는다)? 이거 어떻게 생긴 여잔고?‘ 허고, ’어떤 여운가 보자’ 하고, 보고 있으니까, 아, 데리고 오는디 그 여잘 데리고 와, 그 백여수. 자기가 그 알고 있제이? ‘하! 저년이 몇 일 전부터 나 앞에 서서 여까지(여기까지) 왔는디, 오다가 넘우(남의) 여관에 가서 그 혼수물감 돌랐지(7)[주]훔쳤지 또 돈 칠 백 냥 돌랐지.’ 그 여자란 말이여. 당신이(8)[주]‘배극렴’을 지칭 알겄어. 틀림없이 그 여자거든.

본께, 주인방으로 들어가. 가서 얼만큼 있은께, 낫어(나아)부렀다 그 말이여. 또 주인이 낫었어(나았어). 돈 백 냥을 또 받어. 그러더마는,

“실례합니다.”

하고, 아, 배극렴씨 계신 방으로 문을 뚜두런다 그 말이여. 열어 줬어.

“그 누군고? 들오라.”

고. 여자가 와서 그 때는 공손히 인사를 하거든. 아조(아주) 애기재기허게 이쁘게 생겼어, 젙에서(곁에서)봐도. 아, 백여수가 사람으로 환생했은께 비미(오죽) 이뿔(예쁠) 거인가? 그 배극렴씨가 가만 보고 말 혀(해). 고갤 끄떡하고,

“어쩐 일이냐?”

“대감님! 대감님한테 내가 사룰(사뢰올) 말씀이 있어 왔입니다. 제가 말씀치 않더라도 저거(저의) 정체는 잘 아실 것이여, 대감님께서. 송도에 연일 급병이 돌아댕기고, 또 급병을 제가 고치고, 또 제가 과거에 오면서 하던 일도 대감님께서는 다 살피고 계신 줄 압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할 것이여? 내가 부자가 되고, 내가 금은보화니 돈이 나한테는 필요치 않십니다. 나 한 가지 크게 씰(쓸) 데가 있어서 그럽니다.”


[582 쪽]

“엇따 씰 거이냐?”

“왕씨 조선(9)[주]고려를 뜻함. 지금, 운이 자꼬(자꾸) 넘어갑니다. 새로운 나라가 건설이 됩니다. 이성계씨가 등극을 허게 됩니다, 앞으로. 아, 지금 참모진이 딱 째여가지고, 구월산에서 지금 모의가 다 끝나고, 곧 지금, 나라가 지금 뒤배끼는디(뒤바뀌는데), 대감님을 지금 찾고 계시오. 거사를 할려면 돈이 필요한 거 아니요? 돈이 없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재정을 확보허기 위해서 지금 연극을 하고 있읍니다. 그래서 내가 몼던(모았던)돈은 지금 송도 송악산 아무 골짜기다 전부 지금 쟁겨났읍니다(숨겨 놓았읍니다). 그러니 내일 직접 이성계씨를 가 뵈이시오. 뵈이면 반가이 영접헐 터이니, 과거에는 반대했지만 지금 반대허지 말고 그 분을 도와서, 건국 사업에 책수(착수)를 해야 됩니다. 호응을 허시믄 아주 기뻐하실 거요마는 재정 걱정을 헐 것이요. 그러믄, ‘재정은 대감이 부담헐란다‘고 말씀하시요. 그러믄 깜짝 좌중에서 놀랠 것이요.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배대감이 장만해 주실 것이냐?‘고 놀랠 거이요. 그럼 의심없이 그 송도 내갤차(가르쳐) 준 돈 있은께 갖다 씨시오(쓰시요).”

그래서, 심기가 전환이 됐부러, 배극렴씨가. 그래 그 송악산을 가서 보니, 과연 수만 금을 갖다 모아 났거든. 그래 그 길로 이성계씰 가서 뵜어.

“내 생각한 바가 있어, 과거의 내 뜻을 바리고(버리고) 이제 새로운 뜻을 가지고 왔으이, 나를 채용해 주시요.”

그기여.

“아, 그렇잖아도 경을 많이 우리가 지금 고대를 했으니, 했는데, 자발로 이렇게 자청허싰으이 더 고맙소.”

그래 만좌(滿座)서 다 기뻐허지. 그래 한 사람이 있다가,

“그러나 아, 대감 인자, 인자는 배 정승을, 배 대감을 얻었으니 일은 다 됐입니다마는, 한 가지 꺽정(걱정)이 재정 걱정이요.”


[583 쪽]

“아, 그건 염려 마시오. 제가 다 준비해 놨입니다.”

하, 저러니까, 기특한 대인이라 고.

“아, 어떻게 장만허셨소?”

“내야 어떻게 했든, 지금 송악산에 전부 재정 마련해 놨입니다. 사람 시키시오.”

아, 역꾼(役軍)을 보냈더마는 수 수만 금을 져 왔네 그랴. 그래가지고 이성계씨가 재정에 어렴(어려움) 없이 무난히 대사를 성취하고, 한양 도읍을 했더라네. 그래 배극렴씨 일등 공신이여. 그 백여수 덕택이라. 운이 차믄 그런게 살어, 운이 차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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