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열녀   
 
 G002+AKS-UR20_Q_1117_2_F_022
 [음성통합상세화면]
제목 개가 열녀
테잎연번 [점암면 설화 22]
음성위치  T. 점암 2 뒤~3 앞
채록지  남열리
채록자  김승찬, 강덕희 조사
구연자  마일숙
출전  한국구비문학대계 6집 3책
출전페이지  466 ~  473
설명  *조사자가 이날 8시 45분 경에 제보자의 제수되는 분의 안내를 받아 제보자를 방문했다. 제보자는 밖의 일을 돌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조사자가 인사를 드리고 방문하게 된 취지를 말씀드렸더니, 수고한다면서 반갑게 맞아들였다. 제보자의 제수되는 분이 노래를 잘 부른다면서 노래를 청했다. 제보자는 세숫대를 방에다 뒤집어 놓고 막대기로 두드리면서 역대가 노래를 불렀다. 송영석 선생이 제보자에게 지어준 가사인데 내용은 제 5공화국을 맞아 조국 근대화에 힘쓰고 사회정화의 기풍을 진작시키자는 것이었다. 연이어 농부가 춘향가 등을 판소리 창으로 불렀다. 모두 기록하지 않았다. 민요는 할 줄 몰랐으며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조사자는 제보자에게서 민요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고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청하였더니, 이야기는 마영식씨가 잘 한다면서 제보자는 모른다고 했다. 조사자가 열녀 이야기를 짤막하게 들려 주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제차 간청하자 이 이야기를 했다.*
본문 
구식(舊式)에 황해도 임진강 너머에 한 마을에 사는 박대성이란 사람이 있었어. 저거 부모가 외아들 박대성일 이피(이쁘게) 치왔단(키웠단) 말이야. 이피 치왔는데, 아, 이 자식이 철이가 좀 알아질 만한께 노름판에만 대이네(다니네). 서당에 가 글 공불 하라 그래도 안 가고 노름판에만 댕겨. 그래서 부모가 고민 끝에 저것을 장갈 보내믄 쪼금 재리가 잽힐까 싶어서,


[467 쪽]

장갈 한 삼십 리 바깥에 떨어진 데다가 중매결혼을 해갖고 지 처를 얻어 줬는디, 아, 장가를 들어 놓고도, 정월 초하룻날 지내고는 사흘도 못 돼서 나가갖고 일년 내 안 들어왔뿌네. 하, 부모가 가만 생각한께, 자식놈은 이왕 나쁘지마는, 며느리가 짜르단(1)[주]안됐다, 불쌍하다.말이여. 혼자서 자식은 없는디, 혼자서 고상하고 있는 것이 짠해 죽겄단 말이여. 그러나 인자 또 해나(혹시나) 오까 오까 기다리고 삼 년이 돼도 이 자식이 나가서 안 들어왔뿌러, 아들이. 박대성이가 안 들어왔뿐단 말이여.

그러이 인자 저거 부모가 어떤 생객이 들었는고이는 두 내외 의논 끄트리에,

“안 되겄네. 내 자식은 나쁘지마는 며느리 자식 고상을 시켜 되갔는가? 한께, 저거 다른 데로 시집가라 그래야제. 우리 집에 휘잡을 거 없네.”

그러고, 인자 의논을 했던 모얭인데, 며느리보고,

“아가….”

차마 인자 박절하게 말 못허고,

“…너거 집에 가서 좀 있거라.”

이렇게 이쪽에서 말한께,

“안 갈란다.”

그라거든. 그래서 박대성이 저거 아버지가 가만 생각허다가 한 번은 꾀를 생각하기를,

“가자. 너거 집이 오래간만에 간께, 나랑 가자.”

그래갖고 이바지를 구식에 인자 해가지고 저거 며느리하고 갔어. 저거 친정엘 딱 가 데려다 놔 두고,

“아가, 오랫만에 친정에 왔으니 좀 쉬갖고, 푹 쉬갖고 오이라.”

그러고 당신은 앞에 온다고 와 갖고, 그양 박대성이 어무이하고 둘이서 오더매로(오자마자 곧) 바뿌게 저거 재종 일가 된 사람보고,

“우리 집 잠(좀) 지키라.”


[468 쪽]

고 딱 단속을 해 놓고는, 자기가 본래 그 이제 구식에 씨앗이 통을 맨들줄 아는 그 목수 기술이 있었어. 고걸 딱 챙겨 짊어지고는, 문을 딱 잠구고 집은 저거 종제한테 맽겨부고 나와부렀네.

나와갖고, 저거 아들 찾을라고. 박대성이 찾을라고 사방을 두루 찾아 대이는데(찾아다니는데) 있어야지. 없어. 그러다가 기술이 있은께, 가믄, 씨앗이 통 구석에 좀 쓸어주고, 또 통장군도 쪼깜 미주고(메어 주고) 그러믄 밥을 얻어묵고 그런께, 두 내외 핀히 댄다(다닌다).

헌디, 아니 그래 저거 며느리가 친정이서 한 보름 있다가 시가에로 와본께, 문을 탁 잠가부고 아무도 없네. 기가 맥히겠단 말이여. 거거 사람들한테 물어본께로, 아, 모르겄다고. 차근차근 말 들어본께, 저거 재종당숙된 사람한테 집을 맽겨 놓고 나갔다가 뒤에 온다고 그 말만 하고 갔다 그러거든. 그란께 저거 며느리 된 사램이 어깄던(어질었던) 모얭이여. 한심(한숨)이 난단 말이여. 내 남편은 이왕에 노름쟁이매이로 돼 있지 마는, 시부모도 어짔는데 가불고 없으이 기가 맥혔던 모얭이여. 그래갖고,

“어라, 나가 나가서 우리 시부몰 찾으러 나갈란다.”

고 자기도 나섰어. 아, 옷보따리를 싸 이고는 나서서 사방을 찾으러 나섰다 그 말이여. 아, 어디를 대이다(다니다) 그냥 이 젊은 부인이 대로변 지나간께로, 큰 대판간의 술집을 앵겼던(2)[주]만났던 모얭이여. 사램이 벅신 벅신 벅신, 사람이 술 묵고 야단이란 말이여. 배도 고팠던 모얭이여. 그래 살짝 들어갔단 말여. 들어가서 주인 아줌마 보고,

“아줌마, 뭐 바쁜 일 있이믄 나 손 좀 대 줄라요?”

그란께,

“아 그라시요.”

얼굴도 이뻤던 모얭이지. 정지(부엌)에 들어가서, 배가 고픈께, 아, 그릇도 씻고 뭐도 한께로, 착실한께로 밥을 주고 막 기양 고기랑 준단 말이여.


[469 쪽]

호빡 묵고 올데갈데가 없는 부인인께, 젊은 부인인께 그 날 지닉에 그 집에서 잤단 말이여. 잤는디, 그 집 주인 두 내외가 대판간의 술집 주인 두내외가 자식도 없고, 두 내외 어디서 사람 한나 반구믄은,(3)[주]반반하면 자식 한나 낳을 부인 한나 만낼까 항시 그걸 생각했던 모얭이제. 그런 차제에 이런 어진 부인이 들어와서 일을 헌다 그런께는 눈에 싹 들었던 모얭이여. 근께 두 내외 밤에 잠시러 의논허기를,

“저 오늘 들어온 부인 한나가 왔는디, 어떤 부인인가 모리지마는 사램이 어지더라고, 그라이 저 부인 좀 우리 집에 들시갖고 있으믄 어쩌겄소(어떠 하겠소).”

헌께, 두 내외 맘이 딱 맞어부렀네. 그래갖고 그 뒷날 부인 보고,

“가지 마고, 우리 집 일 바쁜께 저 손 좀 대주라.”

고 그런께,

“아 그럴란다.”

그러거든. 허, 며칠 지낸껜 뭔 말을 헌고이는 주인 두 내외가.

“우리 집이 자식이 없으이 자식 한나 나 주라.”

고 사정을 헌다. 그런께 이 부인이 말허기를,

“나는 남편도 있고, 부모도 있는 사램이요, 근께 안 돼요.”

“아 그지만은(그렇지마는) 유부녀를 보고 말허기는 미안허나, 우리는 자식을 기라시니(4)[주]바랐으니 자식 하나 낳아 주믄 어째요(어떻겠나)?”

사정을 한단 말이여. 그란께 이 부인이 말허기를 뭐라고 말하고이는,

“그러면은 나가 뒤에 아들 한나 낳으면은 그만 둘 거이고, 딸을 낳으면은 둘 나 주리다. 그럼 어쩌겄소?”

근께,

“그래 좋다.”

하거든.


[470 쪽]

“그럼 좋소. 내일 나 시키는 대로 들어줄라요.”

그런께로,

“아 그러지야구.”

그러거든.

“내일 돼지 한 마리 잡으시우.”

그랬어. 그 뒷날 돼아지 한 마릴 탁 잡아 놓고, 동네 사람들을 싹 모도 청했단 말이지, 청해 놓고,

“내가 지내가다가 이 집을 들렀는디, 이러 이러한 약속이 있는디, 내가 아들을 한나 낳아면은 그만 두고 갈 거이고, 딸을 낳게 되면 단(但) 더 낳아 주기로 한디, 이 다음에 아들 낳고 가든지 딸을 나아갖고 둘 낳고 가든지 가더라도, 동네 어른들이 그걸 입증해 주야 되겄읍니다.”

그런께,

“하아, 그러지야.”

고. 돼아지 고기에다 술 준께 얼마나 좋아할 거나 말이여. 딱 그래 놓고 사는디, 아 첫 아들을 딱 나부렀네.

아들 낳아갖고, 그 뒤에 한 한 살 묵고, 두서 살 문께로 뜬거없이 여자가 또 돼야지 한 마리 탁 잡어갖고 동네 사람 청을 해. 청해갖고,

“나는 갑니다. 본래 약속을 어른들 앞에 안 했읍니꺼? 나는 갑니다.”

한께, 아이 주인 두 내외가 꿈쩍 놀래뿐다. 그럴 줄 몰랐다가 인자 그 약속 그대로 지키 나가뿔라 한단 말이여.

“애기 낳아 났은께 나 갈란다.”

그란께로, 아무리 붙잡어야 소용없네, 이놈을.

“나는 내 남편이 있고 시부모가 있는데, 나가 나서서 대인(다닌) 것이, 본래 나가 근본이 우리 부모, 시부모 찾을라 그러고, 나 남편 찾을라 그러고, 나온 그 사람인디, 대차 대이다가 본께 이 집 환경이 이리 돼서 사람으로서 자식 한나 나 주는 것도 좋겄다 싶어서 이랬는디, 아, 자식 낳아 줬으믄 그만이지 나가 여가 또 있을 수가 있냐?”


[471 쪽]

고. 톡 튀어 나선께, 눈물 아무리 흘리가 소용있느냐 말이여. 그런 식으로 그 때 약솔헐 때, 재산은 반분이나 해 주라 그런 약속이 있었던 모얭이여. 재산을 주란께로, 옛돈으로, 오늘 시방 몇 백만 원 되었던가 그 놈을 딱 어음을 받어갖고 나서뿌렀네.

아, 그 질에 나서갖고 임진강 나룻터를 탁 와서 있니란께 하, 거가 손님들은 벅신 벅신 벅신해갖고, 모도 나룻터에 건네가고 오고 가는 사램이 많이 있는데, 그 운수가 닿은께 그랬던 모얭이여. 그 큰 여관 한나가 폴라고 내놔 둤더라여.

“그 얼마요?”

하인께, 돈이 얼마라 그러거든. 그래서 자기 갖고 온 돈 갖고 그 놈 딱사뿌렀네. 산 목적은 뭐냐 하면 저거 시부모 남편 오다 가다가 만낼까 싶어서 그걸 샀어, 나루갓에 가 있은께.

그래갖고 이 부인이 어떻게 했는고이는 자는 것은 숙박료 안 받은께 전부 무료다. 숙박료 안 받으이 무료다. 그렇게 소문이 나갖고 그 집으로 전부 달라든다, 손님이. 그래갖고 있는디, 하리 오후에 된께, [이야기 순서가 바뀌어 수정하며] 이분이 인자 그 집을 사갖고 영업을 해. 숙박료 안 받고 영업을 헌디, 그렇게 매일 소도 잡고 돼지도 잡고 영업을 헌께, 크게 돈벌이가 된단 말이여. 아, 그란디 하리 정때는 소를 한 마리 잡을라고 턱 헌께, 그 소잡는 사람이 없어. 그래,

“우짠대야? 소를 잡을 거여(잡아야 하는데) 소 잡는 거 우쩐대야?”

그런께로, 자기 밑에 좀 사는 사램이,

“저 바로 고개 너메 소를 잘 잡는 사람이 한나 있입디다.”

그런께,

“그 사람 불러갖고 잡을라요?”

그런께,

“아, 그럼 그래라.”

아, 불러갖고 소를 잡어서 그 날 일 다 봐버렸는데, 소 잡는 삯을 줘야


[472 쪽]

하 것 아니냔 말이여. 그래 소 잡는 사람 삯을 받게 할라고 인자 그 하인이,

“여보시오, 저 우리 주인, 저 아주머니헌께 가서 말해갖고 삯 받으시오.”

아, 그란께 이 사램이 들어와서 이자 삯을 받을라고 방에 들어왔다. 근디 이 부인이 가마이 쳐다본께, 아, 옛날 지 남편이란 말이여. 하다(하도) 기가 맥혀서 가마이 보고 있다가,

“당신 뉘귀요?”

그런께,

“성명이 뭐시요?”

그란께 박대성이라 그러거든, 이 여자가 담대했던 모얭이자. 귓쌈배기를 뺨을 한나 탁 침시름(치면서),

“에이키 더러운 인간 같은이라고, 이태간 객지 대임시롬(다니면서) 배운것이 그것밲이 못 배웠디야!”

그러한께, 암말도, 뺨을 맞고 있다가,

“그 날 몰라.”

뚱세이(5)[주]물끄러미 쳐다봤어. 저거 천지도(妻인지도) 몰랐던 모얭이여. 눈물을 흘린다.

“에이, 더러운 인간, 니 부모 어디 갔냐?”

한께, 말도 못 허고 멍청이가 돼갖고 있다. 그래 하인 불러서 온 지녁 물돌라갖고(6)[주]물을 들여 놓아 씻겨 새 옷 입혀서 저거 남편을 만났단 말이여, 그러고 저러고. 그래가지고 짝을 지서 그 날 저녁에 그러고는, 일을 잘 보고 있는디, 돈 매일 잘 벌지.

그렀는디 항시 가심(가슴)에 맺힌 것이 자기 부모를 못 찾어서 지금 고민이 극심해갖고 있는디, 하로는 석양에 해가 너웃이 지는데 보인께, 저


[473 쪽]

건네 아심무라가이(7)[주]아물아물 오는 할무이가 머리에다 뭣을 이고 할아씨는 등에다가 뭣을 걸메 메고 꼬부랑꼬부랑 온단 말이여. 적으나 기까(그것일까) 하고 본께, 대차 숙박료를 안 받는다는 그 이얘길 들었던지 머리를 숙여서 자기 집을 찾어 왔어. 보니 과연 저거 시부모가 분명했단 말이여.

“어머 이것이 뉘기여? 나가 대성이 처요. 아버지 어머니 만날라고 천신만고 했읍니다.”

말 못 허고 저거 시부모가 붙들고 울음바다가 됐겄다.

“잉야(응야). 참으로 고맙다. 그런디 너글 찾을라고 대있다마는, 나는 자식 못난 죄지마는, 니는 그 절개를 지키고 이렇게 부몰 찾을라고 애쓴 그 심정 참으로 고맙다.”

그러고 눈물겨와서 서로 참 기쁨과 눈물의 그 입장은 형언할 수 없이 되얐는데 박대성이 부인 말이,

“자 우리 인자 고향에로 갑시다.”

그래갖고 그 있는 재산을 딱 팔아서 걸머지고, 본가에로 간께, 그 전집 그대로 있고, 토지 그대로 있고, 그 놈 지켜서 삶시로 박대성이 부인이 아들을 형제를 낳고, 딸도 한나를 낳고, 과거에 부모 찾으러 나가다가 그 대로변 술집에서 난 아들이 한나 있고 그랬는디, 그런께 개가는 됐제. 열녀는 못 됐지마는 개가 열녀문을 시와야 된다 그래갖고, 부모 시부모 위허고 그침(그렇게) 남편을 숭배했다 해서, 개가 열녀문이란 것은 좀해(좀처럼) 어려운 일인디, 그가 개가 열녀문을 세왔다고, 그런 전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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