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로 구미호(九尾狐)를 알아 낸 처녀   
 
 G002+AKS-UR20_Q_0641_2_F_004
 [음성통합상세화면]
제목 한시(漢詩)로 구미호(九尾狐)를 알아 낸 처녀
테잎연번 [사직동 설화 4]
음성위치  T. 사직 1 뒤
채록지  사직동 420-6번지
채록자  김영진 조사
구연자  정진현
출전  한국구비문학대계 3집 2책
출전페이지  474 ~  479
설명  *“이거 또 이름도 모를 얘기를 해 대꾸해서 뭘하지만-“하고 계속한다.*
본문 

[475 쪽]

옛날에 저- 경상도 태백산 속에서 천년 묵은 구미호가 꼬랭이가 아홉이 천년이 묵으면 꼬랭이가 아홉 달린다는 거여. 천년 묵은 구미호가 모습을 해 가지고 세상에 천하에 미남자가 되었어. 미남자가 돼 가지구서 그 골에 이진사라고 하는 분이 아주 딸을 참 천-하미인을 두었어. 이쁜 딸을 두었어. 아 구미호가 되어 가지구서 이쁜 딸을 한번 얻기를 원해 가지구 그 집에를 이진사네 집이를 찾아간 거여. 찾아가서 자- 우째던지 그 샥시를 한번 보기를 원을 하여. 그래 이진사가 따님은 과년 차고 적합한 혼처가 없어서 이거 애를 쓰던 차에 어떤 총각이 하나 왔는데, 아 이거 그보다 잘란 놈이 없어. 아주 미남자여. 그래 자기 딸을 한번 쓱 보였어. 맘에 대번 들어. 게 딸을 보이니께 뜩 하니 그 딸이 보고난 뒤에,

“어떠하냐?”

그러니께,

“글쎄요. 아버님 제 생각엔 별 뜻이 없읍니다.”

“얘 글을 의논해 봐두 그만치 아는 사람이 없구 생김새를 봐두 사람은 얼굴 뜯어 먹구 산다는데 그만한 간판을 가지구선 너 하나 고생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 자기 부인이 역시 또 보였는데 홀딱 반한 겨.

“그 위에 더 좋은 사위 못 고른다. 조선팔도에선 못 고를테니까 그리 가라.”

말이여. 아 자기 아버지가 대꾸 우기는데 그 새댁이 시악시가 가만히 생각하니, ‘세상에 사람으로서 저렇게 이쁜 사람이 없을텐데 있을까?’ 그래서 거기서 하여튼.

“그럼 아버님 명령대로 하기는 하겠읍니다.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을 한 번 시험을 해 본 뒤에 사주를 해도 하시지요.”

그저 사랑에 두고 밥 멕이고 있는거여. 이 놈이 매양 같이 굴어. 그래 이진사가 때를 기다리고 있는디 뭘 뽑아 올려나 하고, 이 색시가 말이여.

“하여튼 내가 글을 한 짝 지을테니까 이 글귀를 딱 맞게 채워 오면은


[476 쪽]

내가 혼인을 허락하리라.”

그래 옛날에 그 참 가정규범이 엄해서 부모가 한번 한다면 그대로 따라갈 적에도 원래가 한사코 사양을 하니까, 좀 그 사람의 심지를 뽑아 보구서 허락을 한다니께 그럼 참 허락을 했어.

“뽑어 보라.”

구. 뽑아 보라구 했어. 그래 무슨 글을 지어졌는고 하니 그 색시가.

“무전치호(無田鷲鶘)가 원우래(願雨來)라. 밭 없는 소리개가 비 오기를 원을 한다. 이 짝을 채워 오라.”

는겨. 아 이 놈의 여수(여우)가 천년묵은 구미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밭 없는 소리개가 비 오기를 원하는데 밭두 없는 놈이 뭐하러 비를 오기를 원을 하나?”

이거 아무것두 아니란 말이야. 그 미인이 옷색을 용하게 꼭 마음에 맞게 채워 줘야겠는데 제 의견대로 했다가는 맞을라나 안 맞을라나 알 수가 있어? 그래 사흘 말미를 달라고 했어.

“사흘 말미를 주면 글을 채워 오리라.”

“그러냐?”

고. 이놈이 그날부터 좌우간 도습을 해 가지구 냅다 달아 나는거여. 달아 나서 어디를 가는고 하니 중국 지방을 들어가 가지구서 이태백이 무덤을 냅다 판단 말이야. [웃는다] 여수가 말이여. 집어 파면서 파니께 이태백이가 영혼이.

“이놈 네가 왜 남의 무덤을 와서 백골을 파느냐?”

그러니께 이 여수가 하는 소리가

“내 글을 한 짝 차력(借力)을 받으러 왔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께 내가 파서 이 놈의 백골을 없앨랴구 그란다.”

구. 그런단 말여.

“그래 너 뭐 채워주랴?”

그러니께.


[477 쪽]

“무전치효가 원효태라 발없는 소리개가 비오기를 원한다고 요짝을 채워 주쇼.” 한단 말이여.

“그려? 그려면 이 짝을 채워 줄티니까 이걸 그대로 묻어 놓고 가거라.”

그래 여수가 파던걸 중지하고 있는데,

“불식두견(不食杜鵑)이 한정소(恨鼎少)라. 쳐먹두 안 하는 놈이 솥 적은 걸 왜 한을 햐. 먹지 않는 두견새가 솥 쩍은걸 한을 햐.”

아, 그거하고 꼭 채워 주었거든. 게 이놈이 거기서 귀가 번쩍 뜨여서,

“야 맞기는 맞는구나? 밭 없는 소리개가 비 오기를 농사도 안 지면서 비오기 기다리는거나 솥 없는 두견새가 솥 쩍은걸 한을 하는거나, 먹지 않는 놈이” [웃으며]

그래 쫓아 왔어. 와서,

“채웠느냐?” 하니께,

“예, 채웠읍니다.”

그래 떡 하니 써서 색씨한테 올린거여. 불식두견이 한정소라. 먹지 않는 두견새가 솥 쩍은걸 한을 한다고. 새댁이,

“네 알았읍니다.”

그래 자기 아버지한테 비밀히 이야기하길,

“여기서 최고로 사냥을 잘 하는 사냥 잘하는 독한 사냥개 하나 먹이는 이가 이 등생이 너머 있으니 거기서 그 사냥개를 하루만 빌려와 주시라우.”

그래 이놈의 사냥개를 참 그런 얘길하면서 그러니께, 주인이 안 오면 안 온다네. 그래 주인이 데리구 주인하고, 와서 아랫방에서 불러서 이진사하고 하냥 있으면서 그 이튿날 아침 종을 시켜서 좌간(좌우간) 고기국을 참 끓이고 이렇게 해서 반찬을 잘 해서 밥상을 가지고 종 보고 시키기를,

“니가 이걸 가지구 그 총각 방에 들어 가라. 총각 방에 들어 가자마자 이놈을 방바닥에 미쳐라. 그라면 저 놈이 깜짝 놀랠테니 문을 활짝 열고 워리 워리 가이(개)를 불러라.”


[478 쪽]

“그럼 그러라.”

고 그래 그 이튿날 아침상에 아침상을 잘 차려가지구 그 진수성찬을 가지구 가다가 문을 열구 들어서니 미끄러지는 척하며 냅다 둘러 미러치니, 이 놈이 눈이 둥그레서 웃묵에 가서 쪼구리고 있거든요. 그 젖을까 붸. 옷이 젖을까 붸. 뜨거운 놈의 국에 말여. 그 색씨는 그 종년은 문을 활짝 열면서,

“워리 워리.”

부르니께 그 사냥군 보고 그 가이를 데리고 빨리 가라고 했단 말이여.

게 사냥꾼이 가이를 데리고 쓱 나오니께 가이가 나와서 저 부르는 소리가 나니께 방으로 싹 뛰어 들어 가니께 아 그 진수성찬이 방으로 흩어졌응께 들어가서 그 사냥개가 진수성찬 그 먹을 줄 알았더니 원래 묵은 사냥개요 하니까 그 뭐 여우라니까 여우니까 여우는 달부니까 말여. 쿡 쿡 냄새 맡더니 들구 쳐다보더니 냅다 달려 들어서 웃목의 그 놈을 멱살을 잡고 물고 흔드는디.

“에개개”

하는데 사냥군은 몽둥이루다가,

“아이구 이놈의 가이 사람 물어 어떡하냐?”

고 그러니께 아 냅다 물고 잡아 흔드는데 쪼금 있으니까시리, 꼬랭이 아홉 달린 여우가 발랑 죽어 나자빠지더라는 거여.

“그래냐?”

그래 이제 자기 아버지보구.

“아버님 사랑에 가 보시가오.”

가 보니께 빨간 참 천년 묵은 구미호, 꼬랭이 아홉 달린 여우가 벌떡 죽어 자빠졌더란 말이여.

“그래 글로(그리로) 혼인을 시키면 제 신세가 어떻게 됩니까?”

그랬더니,

“아 그래 니가 어떻게 그런 연구를 했느냐?”


[479 쪽]

말이야. 그 어떻게 알고 그리했느냐구 말여.

“지가 생각하기를 그게 하두 그림같이 사람으로서 그렇게 이쁘게 생길 리가 없고 이건 반드시 뭔가 조물이다. 이렇게 생각했읍니다. 그래서 쓰지 못하고 실지도 없는 것이 좋은 색을 탐한다는 의미로서 그래 저를 빙자해서 밭 없는 소리개가 비 오기를 원한다고 짝을 채우라 했더니 먹지 않는 두견새가 솥을 적다고 한다라고 채웠으니 이것은 구미호가 몸이 다니께 만고문장 이태백을 찾어 가서 차력 받어 온 문장입니다. 이태백의 글이 아닐 것 같으면 이런 짝을 못 채웁니다. 귀신의 글이요. 그래서 그래두 이놈의 게 의심이 나서 그래 국을 엎지르고 밥상을 엎지르고 사냥개를 불러 들이면 사냥개는 원래 짐승 잡는데 용하니께 도습을 했거나 무슨 짓을 했거나 알어 볼거 아닙니까? 알어보지 그래 대번 잡은 겁니다.”

그래서 그 새댁이 이 이인(異人)여. 이인이어서 도학이 높고 훌륭해서 다른데로 출가를 잘해서 잘 살았다는, 그 전에 글 배울 적에 선생님한테 들은게 생각이 나서 하는게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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