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승의 딸을 얻은 단명소년   
 
 G002+AKS-UR20_Q_0026_1_F_059
 [음성통합상세화면]
제목 삼정승의 딸을 얻은 단명소년
테잎연번 [수유동 설화 59]
음성위치  T. 도봉 26 앞
채록지  수유3동 상산노인정
채록자  조희웅, 이영성, 양혜정 조사
구연자  이흥권(李興權)
출전  한국구비문학대계 1집 1책
출전페이지  494 ~  500
설명  *제보자는 고향인 황해도 봉산에서 열살 때 동네 노인에게서 들은 얘기라며 본 설화를 제공해 주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렸을 것이라 하고 서두를 꺼냈다.*
본문 
한 아이가 이제 서당엘 갔다 이제 오니께, 중이 이제 바랑을 메구서 집에 동냥을 왔어요. 게 이놈이 무조건하고 누구도 몰래, 뭐 부모두 몰래 광에 들어가서 쌀을 그냥 바가지를 푹 퍼서 갖다 주었다 이기야.

“아 고맙다.”고.

열 번 인사하구선 중이 돌아가는데 말하는 기,

“아이구 아깝다. 아까운 인생 죽갔다.”


[495 쪽]

이러거든. 중이 돌아가문선. 게 이 아(아이)가 그 소릴 듣구서, 저의 아버님한테 들어가서,

“아버님.”

그러니까,

“왜 그러느냐?”

“중이, 내가 동냥을 줬는데, 아까운 인생 죽겄다, 그러문선 그러구 돌아가요.”

“그래 가 불러와.”

아 저마침 갔어. 소리쳐두 안 돌아보구 그냥 돌아가는 거야. 중이. 따라가서 이제 붙잡았다 이기야.

“아버지가 좀 들어오셨다 가래요.”

그러니까,

“아냐 들어갈 필요 없어.”

“아니에요 들어오셨다 가래요.”

그래 아버지한테 들어와서, 중이 말하는게,

“이건 아까웁니다. 살 도리가 없습니다. 이 도련님 살 도리가 없으니 어찌하는 재간이 없습니다.”

“죽는거 알믄서 살 도리가 없다는건 어디 있냐?”

그기야.

“살 도리가 똑 한 가지 밖에 없는데 이 도련님이 삼정승에 딸을 하루밤 동품(1)[주]동침(同寢)해야 산다.”

그기야, 동품을 해야.

“이게 어렵습니다.”

사실 어렵지. 그 소리를 듣구서,

“똑 그래야 사냐?”

그러니께,


[496 쪽]

“그래야 삽니다.”

게 즈이 아버지가 하는 말이,

“자, 이제….”

야도(이 아이도) 또 그 소리 들었그덩.

“난 떠나야 갔다.”

그거야.

“난 떠나야갔시다, 떠나서, 어디 가서든지 삼정승, 삼정승에 딸을 내가 한, 하루 밤 동품을 못하믄 나는 죽는거니께 난 떠난다.”

게 즈이 아버지가 하는 말이,

“사실이다.”

돈을 얼마 주어서,

“가주구 떠나라.”

세상천지 어디가 있는지 알아? 걔가 돌아댕기는거야. 그 한 스무 두어 살 이제 먹어서 한 곳에 어디 자리 박구서. 자릴 이제 잡구서, 한 일 이년 있었는데, 그 집에서 이제 살살 이제 물어 가는거야. 응, 그 바루 그 앞에야. 게 연태(2)[주]인연으로 인하여 맺어지는 시기가 맞을라구 다 그런거야. 거 앞엔데 날아가는 새두 못 들어간다는기야. 그 이 앞을 내다보니 전부 강이야. 게 강, 강. 삥 돌아 강인데, 거기다 이제 초당을 짓구서 저 삼정승, 삼정승의 딸이 거기서 공부를 하고 있어. 초당에서. ‘이걸 어떡하든 내가 건너가야 된다’하는 맘먹고 묵쎅이는거야.(3)[주] ‘묵새기다’는 별로 하는 일 없이 한곳에서 오래 묵으며 세월을 보낸다는 뜻. 돈은 있으니께. 하룬 달밤에 이제 정말 보름달이 떴는데 달이 밝그덩. 게 나와보니 거서 오리 세 마리가 이쪽에서 놀거덩. 오릴 불렀어.

“어리 어리.”

하구 불렀다 이기야. 이놈 오리들이 뎀마(4)[주]조그만 배를 조끄마한걸 달구 건너왔어. 세 놈이서. 그걸 탔어. 타니께 강을 거넌 갔그덩. 건너가 보니 으리으리하


[497 쪽]

니 어디 뭐 어디 근접두 못하는디. 그래 들어두 못가구, 방에 거 노는 거 저 여자들―처녀들 나와서 왕왕대. 거그 앉아서 이제 있으니께 초당에서 글 읽는 소리가 아주 왕왕 나거든. 같이 읽었다 그기야, 이 남자가. 게 이 그 날아오는 새도 못 들어오는데 ‘이거 구신(鬼神) 이다’ 이렇게 이 여자가 생각했거든. 여자가. 그래 구신이 이제 그 책을 이렇게 같이 읽어 저 끊어지믄 같이 끊어지구. 이상하다 이기야. ‘이건 날아오는 새도 못들어 오는데 이거 웬일인지 모르겠다’ 그래 문을 썩 열고 보니께, 남자가 바위에 이렇기 앉아선 우선커니 있는거야. 그 나와서,

“당신 구신이요, 사람이요?”

그러니께,

“나 사람이요.”

“그럼 들어가자.”

그기야. 들어갔거덩. 들어가니 여자 하나 있어. 제일 성(형)이라는 여자가 있어. 이정승, 김정승, 정정승 딸인데, 둘은 어드메 잔치 귀경 갔어. 게 딱 하나 있는데 이 여자가 ‘알았소’그래 사실 얘기를 했거덩.

“무슨 쪼건으로 요렇게 들어왔냐?”

하니께 그래 사실 얘기를 했단 말야.

“아 그러냐.”구.

벽장에, 저기 있는 걸 그걸 저트려(제쳐뜨려) 글로 들어가 있으라그래.

‘아 이거 꼭 죽었구나’ 이 닫혔응게. 그냥 있는 거야. 이 여자가 책만 보구 있는 거야. 근디, 어지간하니께 둘이 들어오거덩. 그 이제 뭘 얻어와서, 이 그저 맛이가(맛이) 제일 있었다 그기야.

“성, 이것두 먹구, 이것도 먹구.”

“나 안 먹어.”

“그럼 노누매기(나누기) 하까?”

“그래 노누매기 해.”

그래 세 노누매기를 하거던.


[498 쪽]

“한 몫 더 놔.”

“아이 얘 사람 서인디(셋인데) 하나를 더?”

“아이 더 놔, 더 놔.”

다 논아 놓구선 벽장문 턱 열구선,

“나오시오!”

그랬거든. 이런 기맥힌 일이 있어. 나와 보니, 가만히 쳐다보니께 보통 남자가 아니라 그거야. 잘 생겼어. 그러니게.

“하루 밤 이제 동품해, 동품해야 된다.”

그기야.

“그래야 저놈이 살지 안―그렇지 않으면 죽어.”

동품한 댐에(다음에), 새벽에 호랭이가 와서 그냥 막 야단한느기야. 호랭이한테 물려갈 사람이야, 그렇게 안 하면 근디 서울, 오라바니들두 많구 한데. 그 종이 차, 세숫물 갖다 주믄 깨끗한데 말야. 머리, 물이 더러워서 나와. 응 그 남자 꺼니까 더러울꺼 아냐. 밥을 갖다 줘도 여느 땐 몽창(모두) 남아오구 하댔는데, 밥이 자꾸 모지라거든. 박박이야 그냥. 게 이거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기야. 게이 심부름하는 사람이 얘기를 했거든 저이 오라버니들 보구,

“아 이상하다.”

그기야.

“그래?”

오라바니가 가서 문창을 뚫구 보니께 딱 두루누었어. 어느게 저의 누인지 어느게 남잔지 모른다 이기야. 세 번을 들어가서 들여다 보구두 못 죽였어. 어느게 저이 동생인지, 어느게 남잔지, 간분(姦夫)지 모른다 그기야. 그래 탄복한기야. 그래 맨성(맏兄)이라는게, 당최 이제 잔칫날이 며칠 안 남았그덩. 그 성이 그 다 시방 거젓말 얘기, 거젓말이겠지. 이제 혼인을 했는데, 잔칫날이 며칠인디 그 이지 새서방하구 성하구 왔어. 그 하루씩 그 집이 묵어서 잔치하찮아. 주전자를 인제 맨들어가지구서 한쪽은


[499 쪽]

오좀 들어가고, 한쪽 술 들어가고 이렇게 맨들었거덩. 이 새서방버텀, 성버텀 따러 주고, 성은 술 따러 주는거야. 새서방 이제 오줌을 따라 주구 그렁게 좀 지려. 오줌이 담싹 쇤 놈이지.

“에퉤!”

했단 말야.

“이런 나쁜 자식들, 양반의 집에, 그런 너희두 양반이냐?”

귀통을 때려.

“어데 에퉤가 어딨어.”

그 때리구선 그만,

“네따윈 우리 아이, 우리 동생 못 데려간다.”

그 말이야. 내보냈다 그거야. ‘이걸 어떻게,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느냐?”

이제 고민만 하는거야. 고민하는데, 큰딸이라는게 나와서,

“오라바니, 그러지 말고 이 뭐 천상배필이니께 할 수 없다.”

그기야,

“오라바니가 다 뒤처리 하시요.”

“나도 모르갔다, 너희 맘대루 해라.”

그래 삼정승 딸 다 데리구 사는거야. 그럼 헌디, 이 남자가 보통 남자가 아니야. 가만히 보믄 그렇게, 다 그렇게 나왔겠지. 공불, 조끔 모자라서 공부를 조끔 더하는데, 여자들 절리 가라 그기야. 응 그렇게 공부 잘해서 이제 과거를 가는데 그 장원하지 않았어. 장원해가주구 떠났다 그 얘기야. 떠나서, 마누라 이제 셋 데리구 이제 들어가는거야. 게 영감이 몰르지.

“내 아들이 죽었을텐데 살아―살기가 천만이다.”

그기야. 들어와서 고백하믄선,

“정말 아부지, 아부지 내가 아무 때 간 아무갭니다.”

이랬그덩.

“그래 아 고맙다.”


[500 쪽]

그 땐 대성통곡하믄선 둘이 붙잡구 울었다 그기야. 살다 엊그저께 죽었는데 아 김씬 왔드라구(옆에 노인을 가리키며) 나두 거기 갔었는데, 안주는 손바닥에 주고 술은 가랑잎에 싸서 줬다구, 내가. 좋다 그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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